전위예술가의 오 슈퍼맨

Laurie Anderson


 1981년 영국 팝 차트 2위를 차지한 노래 [ 오 슈퍼맨 O Superman ]은 뉴욕 다운타운의 전위예술가들 사이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 오 슈퍼맨 ]은 시카고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퍼포먼스 작가인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 1947-)이 만든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 미국 United States- 1980 ]의 삽입곡이다. 앤더슨은 197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19세기 작곡가 줄 마스네(Jule Massenet)의 오페라  [ 르시드 Le Cid ]를 관람했는데, 극 중 로드리고의 아리아 [ 전능하신 하나님이시여 O Souverain ]를 노래했던 찰스 홀랜드의 열연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오 슈퍼맨 - 1981년
특히 가사에 등장하는 “O Souverain, O Judge, O Father”의 부분은 [ 오 슈퍼맨 ]의 가사로 변용되었다. 마스네의 오페라가 전지전능한 신의 귄위를 찬미했다면 앤더슨은 20세기 후반, 가족간의 대화가 응답기의 메시지로 대체되고 정보화 사회에서 개인이 감시의 대상이 되는 미국사회를 묘사했다. 필립 글라스[ Phillip Glass ]의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키는 도입부의“하-하-하-하-하” 사운드와 함께 현대의 힘과 권위의 상징들--슈퍼맨, 판사, 부모--를 내세우며 고도로 기계화된 문명과 경찰국가로서의 미국의 단면을 비판한 것이었다. [ 오 슈퍼맨 ] NEA(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에서 지원받은 500달러를 가지고 1980년 뉴욕의 영세 레코드사인 밥 조지(Bob George)의110 Records 레이블로 딱 1000장이 만들어졌다. 45rpm의 싱글 레코드로 앞면에는 [ 오 슈퍼맨 ]이,

Walk The Dog


뒷면에는 [ 워크 더 독 Walk the Dog ]이 수록된 형태였다. 이듬해 앤더슨은 런던으로부터 느닷없는 전화를 받는다. 그날 중으로2만장의 레코드를 보내달라는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곧이어 같은 주말까지 2만장을 추가로 보내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당황한 앤더슨은 “어, 제가 전화 드리지요”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이렇듯 [ 오 슈퍼맨 ]의 대중적 인기는 앤더슨 자신에게도 뜻밖이었다. 대체 앤더슨이 노래가 어떻게 상업적인 대중음악 순위에 오르게 된 것일까? 정확히 어떻게 이 노래가 런던에서 유행을 타게 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학생들 사이에서 노래에 등장하는 음성변조기(vocoder)를 사용한 자동응답기의 녹음이 유행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 오 슈퍼맨 ]의 성공은 미디어재벌인 워너 브러더스 사와의 전속계약으로 이어졌다. 8장의 레코드를 내는 조건이었다. 때마침 시작된 MTV의 파급력은 81년 뮤직비디오로 제작된 [ 오 슈퍼맨 ]을 미국의 대중들에게도 각인시켰다.

미국공연 실황장면

앤 더슨이 상업 레코드사와의 계약에 처음부터 동의했던 것은 아니었다. 앤더슨은 “ 팝 음악이란 대체로 12살짜리 애들에게 맞는 수준으로 만들어진 것 ”  이라는 아방가르드 특유의 냉소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영국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는 작가가 진지하게 ‘ 대중 ’을 고려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이후 앤더슨의 퍼포먼스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아티스트로서 내가 하는 일 중 하나는 관객과 직접 만나는일이다. 이는 반드시 즉각적이어야 한다” 는 그녀의 말은 앤더슨의 작품이 퍼포먼스의 현장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대중음악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이런 앤더슨의 변화에 대한 전위미술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80년대 초반에만 해도 전위작가가 대기업에서 상업적인 판매를 한다는 것은 아방가르드를 “팔아먹는” 변절자 취급을 당할 일이었다. 한편 대형 레코드 레이블과의 계약으로 얻어진 경제적 여유는 앤더슨의 퍼포먼스 무대의 대형화를 가져왔다. 여러 디지털 기기들과 컴퓨터, 조명, 백 코러스, 최고의 세션 맨들로 이루어진 연주를 가능케 했다.

United States Live - 1980

앤더슨은 공연과 레코드, 뮤직 비디오 뿐 아니라 영화, CD-Rom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넓혀갔다. 이런 앤더슨의 행보는 ‘미술가’라는 명칭을 무색하게 한다. 그렇다면 미술과 팝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앤더슨의 작업은 오늘날의 현대미술에 무엇을 시사하는지를 가늠해 보는것도 좋을듯 하다. 

글 이지은 -  팝과 아트사이 중에서 일부 발췌


Language is a Virus


Laurie Anderson's Hom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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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1
  1. 곽윤경 2011.10.09 21:04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무려 제가 태어나기 전의 인물입니다!
    가사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음악도 매우 독특한 것 같네요.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표현하는 그녀는
    아티스트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물론 디자이너는 상업미술을 한다지만 나름의 철학과 소신이 있기에
    아티스트적인 디자이너가 될 수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2. 이승한 2011.12.19 01:38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이 것을 보면서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란 사람들에게 새로움으로 관심을 가지게 하며 그것이 대중화 되면서 더 발전을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은 항상 똑같은 것을 하기 보단 남보다 먼저 앞서서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이 더 재미 있고 의미 있는 것일고 생각합니다.

  3. 곽희철 2011.12.19 10:47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재미있는 영상입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 노래라는 것과는 또 다른 형태를 지닌 노래인 것 같습니다.
    영상과 글을 읽다보니 노래나 팝아트 등 무언가의 하나로 정의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노래나 팝아트나 결국에는 모두가 궁극적으로 하나의 목표로 향해가지 않나 생각 됩니다.

  4. here_hero 2011.12.19 13:23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헉.. 공연장 모습이 그야말로 충격입니다. 글 내용처럼 '미술가'라는 말이 무색한 인물임에 틀림없는 듯 합니다.
    유명한 곡들 말고도 더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5. 허다경 2012.12.05 08:40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컴퓨터와 다양한 기기들을 이용한 음악이 아주 오래 전부터 만들어졌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영상의 앞부분을 봤을 때는 이것이 음악인지, 그냥 말하는 것인지 헷갈렸습니다. 그런데 그 시대에 사람의 목소리를 변조하고 또 다양한 기기들의 소리에 얼마나 신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르게 들렸습니다. 이런 음악을 만드신 앤더슨이란분이 존경스럽습니다.

  6. 권준한 2012.12.05 22:21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신디사이저의 근원이겠죠? 요즘 듣는 기계음과는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음악에서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지만 퍼포먼스를 볼때 이게 과연 미술가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놀랍습니다. 아티스트란 말에는 음악아티스트 ,미술아티스트로 굳이 나누지않은 것을 보며 또 수업을 들으며 느끼고 드는 생각은 재활과 디자인 아트 등 궁극적인 목적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7. 이유정 2012.12.06 12:29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신디사이저라는 것에 대해 듣고 보게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요즘 흔한 기계음 음악들보다 화려하진 않지만 놀라움은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예술가가 노래를 만들었을때 두가지 분야에서 지식을 가졌다면 새롭고 놀라웃것들이 창조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 인물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것이 배울점이라고 생각합니다.

  8. 곽병기 2012.12.09 11:56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신디사이저에 대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 사람의 공연하는 모습을 볼때 처음에는 이게 무엇인지 몰랐는데
    후반부에 볼때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이 되었다

  9. 곽나경 2013.05.03 21:05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미술과 새로운형태의 팝음악을 넘나드는 아티스트로서 정말 멋진거같습니다.노래도 신기하네요

  10. 이하늘 2016.12.03 23:47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과제에 지친 마음에 신디사이저라는 것을 접하게되고 동영상을 보며 잠시의 휴식을 느낄 수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11. 송연정 2016.12.10 01:02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신디자이너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대중과의 소통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치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합쳐진 모습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