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례없는 건축 - 키부츠

Architecture without Precedents exhibition
2011년 4월 4일 – 5월 31일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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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및 디자인 : 요나탄 코헨(Yonatan Cohen), 이도 기나트(Iddo Ginat)/
전시 디렉션 & 프로덕션 : 댄 보렐리(Dan Borelli), 섀넌 스테쳐(Shannon Stecher)



간 슈무엘 키부츠(Kibbutz Gan Shmuel) 전경, 1970

사회 경제 체제와 이념은 삶의 디자인 속에 어떻게 구현되는가? 또 반대로 디자인은 사회 형태를 어떻게 규정하고 인간 관계의 질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이스라엘의 키부츠(Kibbutz)는 공간과 삶의 질, 사회적 이상의 관계를 보여주는 모더니즘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2010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이스라엘관에서 선보였던 키부츠 전시가 2011년 유럽과 미주 지역을 순회하고 있다. 키부츠가 오늘날 지역 협력 공동체 문제에 있어, 대안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지를 살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백여 년 전에 시작된 이스라엘의 대표적 농촌 공동체 키부츠는 시오니즘, 사회주의, 공산주의라는 세 가지 이데올로기를 통합하여, 자율적인 평등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은 ‘땅의 노동(working the land)’이라는 윤리의 이상화, 사회적 평등에 기반한 이상 사회를 공간적으로 구현하려는 역사적인 도전이었다.

페로드 키부츠(Kibbutz Farod) 내 문화센터 모형 
    디자인 : 사무엘 비켈스(Samuel Bickels)


키부츠 공동체 안의 사회 경제적 삶은 상호 협력과 파트너십에 기반한다. 키부츠 전체를 구성하는 공동 소유의 생활 공간을 ‘캠퍼스’라고 부르는데, 캠퍼스 안에는 일상 생활에 필요한 공간들이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모든 공간이 공유지이기 때문에 사유지를 표시하는 담이나 경계 같은 것이 없다. 커뮤니티 교류의 핵심 장소인 중앙 공터를 중심으로 식당, 회당 등의 공공시설물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주위로 주거공간, 어린이집, 문화센터 등이 적절히 배치된다.

1910년부터 이스라엘 안에 약 300개의 키부츠 공동체가 세워졌다. 그 동안 도시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은 ‘건물과 자연의 관계, 주거 영역과 생산 영역 사이의 상호 관계성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기획의 중심에 두고, 공동체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 솔루션을 제시해왔다.

최근 몇 년 사이 키부츠는 대대적인 변혁을 맞이하고 있다. 사회주의적 소유와 분배 개념에서 자본주의 시장의 차등적 소유 개념으로의 이동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교육비와 의료비를 국가에서 지원받던 키부츠 공동체는 사회 지원 규모가 현저히 적은 여타 자본주의 사회와는 확연히 구분되지만, 기존 키부츠의 레이아웃이나 건축적 특성들을 약화시켜가며 집단 공간의 사유화를 실험하는 중이다. 그러나 키부츠의 근간이 되었던 사회경제적 이상과 종교적 이상을 배제하고 그 운영체제와 디자인만을 참고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로 다른 경제적/문화적 계층이 모여 협력적인 생활 공동체를 이루기란 거의 불가능해보이기 때문이다. 특정 경제/문화 공동체 단위로 이 모델을 적용했을 때, 타 공동체와의 차등, 차별이 강화된 성(城, Walled-in City)이 형성되거나, 반대로 또 하나의 게토(ghetto)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 지원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사회 보장 서비스를 공동체 협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지만, 문제는 21세기 협력 공동체를 어떤 개념으로 구성할 것인가, 또 상호 협력을 가능하게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장치(agent)를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공동체는 키부츠 같은 물리적 공간 단위의 공동체라기보다, 원활한 소통으로 연결되고 편리한 교통으로 닿을 수 있는, 공간적 제약을 넘어선 공동체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디자인 역시 공간 계획에 한정되지 않는, 실제와 가상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소통과 교통의 아키텍처를 필요할 것이다.


키부츠 내 주요 공간들
식당 (Dining Hall, Hadar Okhel)
키부츠 중심에 자리잡은, 공동체 생활의 중심이자 대표적인 공공공간으로, 식사와 더불어 회의, 댄스, 강연 등 각종 회합이 이루어진다.

식당 건물, 에인 헤로드 키부츠(Kibbutz Ein Harod),  1930
디자인: 리처드 카우프만(Richard Kauffmann)


식당, 에인 헤쇼페트 키부츠 (Kibbutz Ein Hashofet),  1960년대

식당에서의 회합, 라모트 메나셰 키부츠(Kibbutz Ramot Menashe), 1960년대


대형 식당 공간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바닥 청소기, 키부츠 미상, 1960년대



어린이집 (Children’s House, Beit Yeladim)


키부츠 초기에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공간으로, 식당, 병원, 침실, 놀이방, 마당, 식물원 등 어린이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어린이들은 이 곳에서 잠을 자고 오후, 저녁 시간에만 부모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1970-80년대 이후 많은 키부츠에서 공동 수면 공간을 폐지하면서 어린이들의 일상이 부모들과 함께 지내는 형태로 변화했다.


어린이집, 게바 키부츠(Kibbutz Geva),  1930년대
디자인: 리처드 카우프만(Richard Kauffmann)


학교, 데가니아 알레프 키부츠(Kibbutz Degania Alef), 1930년대
디자인: 리처드 카우프만(Richard Kauffmann)


문화센터(Cultural Buildings, Mivnei Tarbut)


키부츠는 대개 농촌에 위치해 있지만, 문화센터나 멤버스클럽(mo’adon le-haver), 도서관 및 독서실, 음악감상실, 공연장 같은 도시적인 문화 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초기에 문화센터는 마을의 중앙 광장 인근에 위치했으나, 점차 외곽으로 이동하면서 중심부의 번잡함을 덜고 일상적인 시설로 사용되었다.


클럽하우스, 나티브 하라메드 헤 키부츠(Kibbutz Nativ HaLamed He), 1968년
디자인: 하난 하브론(Hanan Havron)


미술관,  에인 헤로드 키부 (Kibbutz Ein Harod), 1960년대 
디자인 : 사무엘 비켈스


스포츠 센터,  다프나 키부츠 (Kibbutz Dafna), 1960년대 
디자인 : 슈무엘 메스테츠킨


방 (Room, Heder)


키부츠 멤버들의 주거 단위인 ‘방(room)’은 개인의 독립 공간이 아닌, 전체 집(house)를 구성하는 부분적 단위 개념이다. 키부츠는 여러 개의 방을 지닌 확장된 집의 개념으로, 그 안에는 공동의 방(식당 – ‘먹는 방eating room))과 개인 방들이 공존한다.


주거공간 건물 외관,  텔 요제프 키부츠 (Kibbutz Tel Yosef), 1928년 
디자인 : 리처드 카우프만


주거공간 실내,  베이트 헤쉬타 키부츠 (Kibbutz Beit Hashita), 1960년대


주거공간 실내, 하조레아 키부츠 (Kibbutz Hazorea), 1950년대
 디자인 : 슈무엘 메스테츠킨


포인트 (Point, Nekuda)


포인트란 애초에 ‘정착/주거(settlement)’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던 용어다. 따라서 ‘포인트의 형태’는 정주의 구조, 거주지의 전반적인 기획을 의미한다. 포인트는 또한 지정학적인 맥락(context) 또는 지도 상의 한 지점을 가리키기도 한다.
의례 (Rituals, Tekasim)


키부츠의 생활은 일 단위, 주 단위, 연 단위로 이루어지는데, 그 사이클은 법률이나 관습에 따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의례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매일의 일상은 식사시간, 가족 모임시간, (어린이집의 경우)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 클럽 멤버들의 회합 시간으로 진행된다. 주간 사이클은 멤버 정기 모임, 주일 전날 밤에 갖는 공동 저녁 식사로 전개되고, 연간 주기는 유대인의 명절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정원 (Gardenscape, Noi)


탈무드에 나오는 용어인 ‘노이(Noi)’는 간단히 ‘정원풍경’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키부츠 운동과 함께 사용되면서 ‘장식 정원’ 또는 주거지에서 이루어지는 조경 활동이라는 의미로 정착했다. 조경은 키부츠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핵심적인 취미 활동인 동시에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제공하는) 의무이기도 했다.

정원, 미즈라 키부츠 (Kibbutz Mizra), 1950년대 후반
 디자인 : 슈무엘 메스테츠킨(Shmuel Mestechkin)


주요 건축가
어라이어 섀론(Arieh Sharon, 1900-1984)


키부츠 간 슈무엘(Kibbutz Gan Shmuel)의 설립자인 어라이어 섀론은 1920년 에레츠-이스라엘(Eretz-Israel; 이스라엘의 땅이라는 종교적 개념이 강조된 명칭)으로 이주하였다가 1926-29년 독일에서 데사우 바우하우스의 디렉터 하네스 마이어(Hannes Meyer) 아래에서 수학하였다. 1932년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와 텔 아비브에 정착한 후 이스라엘 근대 건축, 도시 계획을 주도하였고 1949-53년 이스라엘 국가 건설 마스터플랜에 참여했다.
사무엘 비켈스 (Samuel Bickels, 1909-1975)


사회주의 시오니즘 가정에서 영향을 받은 비켈스는 르보프 폴리테크니쿰(Lvov Polytechnikum)에서 건축과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홀로코스트에서 가족을 잃고, 1930년대에 텔 요제프 키부츠(Kibbutz Tel Yosef) 멤버가 되었다가 1952년부터 75년까지 베이트 헤쉬타 키부츠(Kibbutz Beit Hashita)에 거주하였다. 이스라엘 전역에 걸쳐 10여 개의 키부츠 기획에 참여했다.
리처드 카우프만 (Richard Kauffmann, 1887-1958)


호흐슐레 기술대학(Technical University, Hochschule)에서 건축을, 뮌헨 기술대학에서 도시 계획을 공부했다. 1920년 에레츠-이스라엘 세계시오니즘조직위에서 기획 분과를 맡아 활약했고, 그 후 55여 개의 키부츠에 참여했다.
슈무엘 메스테츠킨 (Shmuel Mestechkin, 1908-2004)


1923년 에레츠-이스라엘로 이주, 텔 아비브에 정착. 1931-33년 데사우 바우하우스에서 수학한 뒤 다시 텔 아비브로 돌아왔다. 요제프 노이펠트(Joseph Neufeld) 건축사무소에서 일 하다가 1937년 자신의 사무소 설립하였다. 10여 개의 키부츠 주택과 교육기관, 스포츠 & 문화 센터, 식당 등을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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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희용 2012.03.14 20:28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현대건설의 변화와 공공아파트 정글사회 글을 읽어 보면서
    키부츠의 글과 똑같은 말인것 같았습니다.
    공공 공간이 부족할 수록 더 갑갑하게 느껴져서
    개인이 넓은 공간을 원하게 된다며
    이 글 또한 읽어 보았을때 제 어린시절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지금과 비교했을때
    이웃과의 교류가 단절된거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2. 김수상 2014.10.07 23:46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과제때문에 찾아보았는데 정말많은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말감사합니다.